이전에 나무판에 유성페인트로 톡톡 두드려 글자세기는건 쉬웠는데 가방의 경우 표면이 고르지 않다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게 작업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트지를 붙여도 조금 활동하면 방수처리때문에 떨어져 나갈거 같아서 보기는 많이(?) 투박하지만 페인트를 여러번 덪칠해서 일단 흰 바탕을 입혔다. 그리고 글자를 세겨야 하는데 이게 잘 됐다고 때는순간 글자가 붙어버리네;; 일주일 뒤 붉은 글자가 완전히 마르고 흰 페인트로 다시 땜빵으로 한땀한땀 보수작업을 거쳐 비상배낭 글자를 정리했다.
가방이 기본적으로 방수가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썩 나쁘진 않다. 중요한건 겉이 아니라 내용물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내 손에서 수집할수 있는 자료들을 가상 재난 상황에 맞춰 준비해보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들어갈 학교 주변 위성사진에 주요 관공서 연락처, 거리, 시간을 기재하고 마침 몇일전에 촬영한 드론 사진이 있어서 출력하고 각 건물의 최근도면과 대형 소방차가 진입할수 있는 진입로(폭 3미터 라고 한다)
각 건물별 교직원수와 학생수를 대충 계산해서 어느공간에 많은 학생들이 있는지 알기 쉽게 나타냈으며 기본적인 교실배치도에 대피경로, 소화기 배치, 발신기 위치, 비상연락망, 소방계획서에 들어간 각 교직원별 재난대비 업무분장표와 보건실의 협조로 구급약품 목록, 재난 대피후 상황집계를 위한 출석체크표를 서류철에 넣어 만들었다.
그외 소란한 상황을 가정하여 소형 메가폰과 예비 배터리, 현재 학급수만큼의 볼펜, 서류철 정리를 위한 클립, 테이프를 준비해보았다. 가방이 조금더 컸으면 구급함도 넣어 보관하면 좋겠지만 약들의 유통기한이 있다보니 그냥 교무실에 사용하다가 그건 따로 들고 이동하는게 좋을 듯해서 그냥 구급약품 목록만 만들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세트 상품도 있던데 가방이 조금 작아보였다. 대신 철제 케비넷등 마치 그 업체가 로비라도 한듯이 메뉴얼과 딱 맞게 준비한 세트상품을 그냥 구입하면 될듯한데 처음에 얘기한대로 중요한건 내용물이라는 생각에 실제 상황발생시 최신 자료로 유지되게끔 관리하는게 중요할듯 하다..
추가로 넣고 싶은건 정전 상황을 가정해서 LED 후레쉬 같은 조명장비나 맥가이버칼 같은 소형 공구통 같은것도 좋을듯 하다. (심폐소생술, 소화기 사용법 같은 안내자료)
군에 있을때 병기계라는 간부가 하던 업무를 대신 맡아 해본적이 있었는데 이놈들이 훈련나가면 소총에 부품들을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뛰어다니다보면 어딘가 흘리고서는 없으니 달라는데 맡겨뒀니?) D/L 예비부품이라고 본래는 예비 부품을 보관할수 없었는데 그렇다고 그런 예비 부품함도 없이 전쟁에 갔다가 잘 잊어버리는 부품때문에 언제 보급될지도 모르고 기다리다 총한번 못쏴보고 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짜잘한 준비성은 그때부터 길러진것 같다.. 아무튼 이 비상배낭을 쓸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설마 각 학년별로 만들어라고 하진 않겠지? 행정실건 내가 만들었으니 교무실건 알아서 구입들하시오..
▷ 옥션에 판매중인 비상배낭 풀세트라는 상품.. - 가방, LED후레쉬, 호루라기, 소방망치, 고글보안경, 전화번호부 수첩, 열쇠고리, 비상마스크가 13만원이나 할게 있나;; 어찌보면 따로 학교차원에서 만들게 아니라 소방 계획서에 보면 재난대비 업무분장이 있는데 지휘부에 필요한 물품들이다.. 소방점검때 이런 구성품을 확보하도록 하면 좋을듯 하기도 하다.
▷ 요즘은 마라톤 대회나가면 원가절감한다고 참가비는 그대로 인데 달랑 티셔츠 한장만 준다. 대회초기에는 이런 가방이나 신발등 요긴한 상품들도 많이 줬었는데.. 그놈의 지역경기 활성화라고 싸구려티 팍팍나는 무늬만 골프웨어인 회사의 티셔츠를 주는데 빨래한번 하면 염색꾸중물이 그냥 쫙~ 차라리 이런 가방을 주던 시절이 그립다.
▷ 1차로 글자를 세겼는데 이런 때어내다가 글자가 붙어버렸다.. 페인트가 덜 마른 상태에서 흰색칠을 하면 색이 섞이기 때문에 완전히 마른뒤 글자를 보수하였다. 뭐 손봐주니 괜찮구만.. 시중에 판매되는 비상배낭은 주황색이라 더 잘보이긴 하다.. 처음에 흰 페인트를 글자 주변에만 칠하려다가 전면을 흰색으로 칠하면 글자가 더 잘보일거 같아서 이렇게 작업하였다.
▷ 중요한 소프트웨어~ 아무리 하드웨어 기기를 잘 만든다고 해도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면 쓸모가 없는법.. 최대한 메뉴얼의 내용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비상열쇠같은건 복사를 해야하는 부분이 있어서 준비를 못했다. 그외 메뉴얼에는 시설물을 작동하는 방법을 출력하라고 하는데 그걸 만들려면 차라리 제품 메뉴얼을 복사해서 넣는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실제 재난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일본이나 미국등에 교육부차원에서 협조를 해서 비상시 어떤 부분을 준비하는지 배워왔으면 좋겠는데 그냥 이렇게 막무가내로 만들어라고 하니 무슨 도라에몽 주머니도 아니고 막막하기만 하다.. 아예 발전기를 들고다니라고 하지;; 재난의 위험 종류에 따라 학교자체 준비, 그다음 교육청 차원의 지원품, 그다음 재난시 시 자치단체 지원품 같은 체계적인 지원대책을 준비해줘야하는데 하물며 북한의 생화학 테러같은 상황 발생시 학생수만큼 방독면을 준비하라고만 하고 관리도 안될거를 왜 말로만 준비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느정도의 위험수위는 교육청의 지원이 있어야만 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비상배낭도 취지는 좋으나 흠.... 할말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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