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5

펌) 3km에 포트홀 53개, 車 뒤집어지거나 옆차선의 車와… '아찔'

3km에 포트홀 53개, 車 뒤집어지거나 옆차선의 車와… '아찔'
조선일보 | 김정환 기자 | 입력 2013.01.25 03:19 | 수정 2013.01.25 07:33


지난 23일 서울 용산역에서 선인상가를 거쳐 용산구 보건소까지 도보로 약 3㎞를 걷는 동안 직접 발견한 포트홀(Pot hole)은 53개였다. 같은 날 서울 용산역 반경 1㎞ 주변을 도보로 1시간 30분 동안 돌아보니 평균 50m 간격으로 포트홀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포트홀은 지름 50㎝ 정도 크기였지만 지름 1m가 넘는 곳도 있었다. 깊이는 10~15㎝였다. 길이 100m 이내에만 포트홀이 5~10개씩 군(群)을 이룬 곳도 7군데가 보였다. 다른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주변을 30분 동안 걷자 포트홀을 10개 볼 수 있었다.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343개 도로에서 지난 한 달 동안 보수한 포트홀 숫자만 6965개다. 그래도 여전히 도로 곳곳은 울퉁불퉁 포트홀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포트홀이 전복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운전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본지 기자들이 포트홀을 직접 확인한 이날 23일에도 포트홀이 있는 곳마다 이를 피하려는 차량으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주행 도중 갑작스럽게 포트홀을 발견한 운전자는 이를 피하기 위해 좌우로 곡예운전을 하거나 급제동을 했다. 2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포트홀을 보고 운전대를 급하게 돌리자 1차선에서 오던 차량과 스치듯 지나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포트홀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차량은 포트홀에 빠져 심하게 흔들렸다. 차량 바닥이 도로에 긁히는 차량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한 버스정류장에선 반지름 35㎝, 깊이 7㎝의 포트홀을 버스들이 지나갈 때마다 안에 있던 승객들이 휘청거리며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포트홀로 인한 실제 사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7시 천안시 직산읍 34번 국도에서 2.5t 트럭이 앞서가던 5t 트럭을 들이받았다. 앞서 가던 트럭이 직경 1.5m가량의 포트홀에 빠져 속도를 줄이자 뒤따라오던 트럭이 이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모(29)씨도 최근 서울 마포구 서강로9길을 가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이씨는 "우회전을 하자마자 언덕에 포트홀이 있어 이를 피하려다 맞은편 차와 충돌할 뻔했다"며 "집이 근처라 매번 다니던 길이었지만 눈이 오고 난 뒤 갑자기 생겨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포트홀은 보통 아스팔트에 스민 물기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아스팔트의 강도가 서로 달라지면서 생긴다. 이 때문에 주로 겨울에 많이 생긴다. 눈이 녹아 아스팔트 밑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도 아스팔트의 결합력을 떨어뜨려 포트홀 현상을 부추긴다. 외국도 아스팔트 도로에서 포트홀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포장재의 품질 불량이나 배수 구조 불량도 포트홀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로 시공을 부실하게 할수록 포트홀이 생기기 더 쉬워진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의 포트홀 발생 빈도는 도시의 도로보다 낮은데, 이는 도로 아래에 콘크리트를 까는 등 일반 도로보다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토목 전문가는 "골재를 적게 쓰거나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아스팔트를 다지는 횟수를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포트홀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아스팔트의 특성상 현재 기술로 포트홀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도시에선 복잡한 지하구조물로 도로를 무작정 두껍게 만들 수도 없는 만큼 빠른 사후 복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트홀
아스팔트 도로 표면 일부가 부서지거나 내려앉아 생긴 국부적인 구멍. 차량이 지나는 도로에 생기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보통 아스팔트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생긴다. 전문가들은 추운 날 무리하게 도로 시공을 하거나, 롤러로 아스팔트를 다지는 횟수가 적으면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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