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4

공사) 펌- 실적공사비 제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네이버 최민수님)

실적공사비 제도 ,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 최민수님

우리나라 젊은 남성의 100미터 달리기 평균은 대략 15초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13초에 주파하면 매우 빠른 것이며, 17초에 뛰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공사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수한 장비와 숙련공을 투입하면 13일에 끝낼 수 있으나, 보통의 장비와 비숙련공이 투입되면 17일이 걸린다고 할 때, 공사의 예정가격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당연히 평균치인 15일에 맞추어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사원가 산정에 활용되는 표준품셈과 실적공사비는 평균적인 생산성과 기술력을 전제로 축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설시장에는 생산성과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도 있으나 낮은 업체도 많다. 또, 숙련공도 있으나 비숙련공도 많다. 첨단 장비가 투입되기도 하나, 중소 현장에서는 인력 시공에 의존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가격 경쟁이 있는 입찰이라면, 낙찰가격이 아니라 평균 입찰가격을 고려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근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적공사비는 ‘계약단가’를 토대로 축적되고 있다. 즉, 덤핑이 우려되는 최저 투찰가격이나 혹은 최고의 생산성을 갖추어야만 실행 가능한 가격이 실적단가로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실적단가는 2004년 도입 이후 지난 8년간 거의 변동이 없으며,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는 동 기간동안 자재비나 기계경비 등 물가변동을 반영하는 ‘건설공사비 지수’가 40%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예정가격 이하로 투찰토록 강제하여 계약단가가 생성되고, 이 계약단가를 토대로 실적공사비가 축적되고, 그러한 실적공사비를 토대로 또다시 예정가격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예정가격이 투찰 상한으로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실적공사비는 구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인식하여 최근 정부는 설계단가와 5% 이상 차이가 나는 계약단가는 실적공사비 수집 대상에서 제외하고, 실적단가가 매우 낮은 공종은 재료비를 분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실적공사비가 갖고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보다 혁신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실적공사비 축적 과정에서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약단가가 아니라 평균 입찰가격을 대상으로 실적공사비가 축적되어야 하며, 자재가격 상승 등 건설공사비지수의 변동을 고려하여 수시로 보정되어야 한다.  또, 민간 공사의 코스트데이터를 반영하여 실적공사비의 현실성을 보완해야 한다. 예정가격 작성시에는 현장여건이나 물가변동 등을 고려하여 실적공사비 단가를 가공하여 활용하는 체제가 요구된다.

외국의 예를 보면, 실적공사비는 대개 발주기관별로 합리적인 시장가격에 기반하여 축적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의 사례를 보면, 과거 유사 프로젝트의 입찰가격을 활용하는데, 보통 5개사 내외 입찰에서 최저 3순위까지의 투찰가격을 고려한다. 또, 해당 프로젝트의 작업 환경이나 특성, 그리고 입찰 시점까지의 물가변동 등을 고려하여 실적공사비를 충실히 보정하여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약 현행과 같이 ‘계약단가’를 토대로 실적공사비를 축적한다면, 실적공사비 적용 공종은 관급 자재비처럼 별도로 분리하여 확정 가격으로 발주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현재 축적되고 있는 실적공사비는 최저실행가격 수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으면, 실적공사비 적용 비율을 고려하여, 공공공사 입찰시 가격 평가나 덤핑심사기준을 상향시켜야 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일부 발주기관에서 계약단가를 토대로 실적공사비를 축적하는 사례가 있으나, 대부분 예정가격을 넘어서는 낙찰을 허용하고 있으며, 평균 낙찰률은 95% 수준이다.

또, 현재 실적공사비는 대부분 100억원 이상 중대형 공사의 계약단가를 토대로 축적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규모 공사의 예정가격 산정시 실적공사비를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그 이유는 대형 공사일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작용하여 공통가설비, 현장경비, 일반관리비 등의 요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중소업체는 투입 인력이나 장비 생산성이 대기업에 비하여 상당히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공사 유형이나 현장 특성을 고려하여 실적공사비와 관련된 다양한 코스트데이터가 제공되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의 RS Means나 영국의 Spon's, Wessex 등 민간의 적산전문기관에서는 대형 공사와 중소형 공사, 신규 및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단가집을 발간하고 있다. 일본의 (재)경제조사회의 경우, 기술사 12명을 포함하여 직원수가 300명에 달하는데, 다양한 코스트 자료집 이외에 우리나라의 표준품셈에 해당하는 ‘시공보괘’ 등을 발간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정부산하기관이 아니며 재정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실적공사비를 현실화하려면, 상시적으로 공사비 적산이나 가격조사 실무를 담당하는 민간의 적산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실적공사비 축적 업무를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건설경제신문(2012. 8. 13)

최 민 수 (CERIK 건설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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