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1

150101 비파산 전망대에서 새해 첫 일출을!!

 전날 집근처 국채보상공원에 타종식을 보러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날도 추운데 그냥 집에서 TV로 보자고해서 나까지 귀차니즘이 상승;;
 결국 새벽 2시까지 아래글 키보드 분해하여 살펴보다 잠들었는데, 새벽 5시에 맞춰둔 알람때문에 잠깐 일어났다가 바깥 온도계를 보니 영하 7도였던가? 비몽사몽이라 잘 기억이 안나는데 엄청 추울거같아서 정상에는 눈도 아직 안녹았을거고 경사가 심한 길은 과연 제설이 잘 되어 있을까라는 걱정을 스스로 만들며 가기싫다 가기싫다 가지않을거다고 스스로 주문하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직장에 다니며 신경이 예민해진건지 한번 깨면 다시 푹 잠을 못자는 습관때문에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30분이었다.

 일기예보에서 대구는 7시 30분쯤에 일출을 볼수 있다는 정보를 본 뒤라 순간 머리속에서 시계바늘을 돌리며 이동거리며 오늘은 특별히 혼잡할테니 평소보다 등산 시간도 많이 걸릴거라는 걸 감안하며 시간계산을 해보니 2시간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 한켠에 걸려있던 가방에 패딩과 카메라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내내 아!! 왜 손난로를 빼먹었지 후회의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지금 되돌리면 시간이 늦어져 또 작년처럼 해가 중천에 떠있는걸 보고 사람구경만하고 온걸 떠올리니 그냥 가자는 생각으로 안지랑골 등산로로 향했다. 요근래는 매번 자전거 타기도 귀찮아서 지하철+버스의 조합으로 한동안 다녀서 자전거 이동시간이 둔했었는데 새벽시간에 도로도 한적하고 그냥 쭉 밟고가니 30분정도 걸렸던것 같다.

 이미 대덕식당에는 뜨끈한 선지국밥 한그릇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지는 않았다. 대부분 복장을 보니 젊은 학생들은 간편한 잠바와 운동화를 신고 왔고 나이드신분들은 등산 스틱부터 등산복, 등산화 풀세트로 준비해오셨다.. 그에 비해 본인은;; 런닝화에 바람막이 외투와 모자달린 상의뿐.. 가방에 패딩이 있어도 그정도로 충분히 버틸수 있었..을줄 알았다.

 새벽이라 날도 어둡고 아직 곳곳에 눈이 조금씩 남아 빙판길이 있어서 더디게 올라갔다. 시계를 보며 속도를 조절했는데 이정도 속도면 한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제치며 올라가는데 오~ 안일사 까지는 시멘트길에 눈하나 없다.. 아마도 누군가의 노력덕분에 깨끗하게 제설이 될것 같았다. 문제는 안일사 이후 돌, 나무 계단들 이었다. 올라갈때는 그렇게 미끄럽다는 생각이 없을만큼 앞사람을 따라 올라갔는데 내려올때는 웁스 돌에 남아있는 눈이 완전 이끼낀 돌마냥 엄청 미끄러웠다. 중간중간 2~3번 넘어질뻔한 위기가 있었다.. 이때는 스틱이 필수인듯;

 40분정도 등산하여 전망대에 도착하니 아직 날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고 있어서 전망대보다는 아래 나무 계단에 사람들이 바람을 피하고 있어서 전망대에서 동쪽을 먼저 찾아 자리를 잡고 망부석모드로 계속 한곳을 응시한 시간이 6:40분.. 하~ 너무 빨리 올라왔나라며 후회를 할 무렵 서서히 다른 사람들도 올라오고 대부분 패딩을 입고 오느라 자연스레 밀착되며 가운데 있던 본인은 자동으로 보온까지 되었다^^; 그렇게 언제 해가 뜨나 구름때문에 못 보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5분, 10분을 보내다보니 상체는 바람막이 외부와 주변 사람들의 밀착덕분에 춥지않았는데 발가락이;; 순간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으로 60트럭에 실려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전투화는 어디에도 구멍이 없는데 발가락이 얼마나 시려운지 그냥 잘라내고만 싶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그자리에서 발가락을 까닥까닥해보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으니 서서히 동녘 하늘이 밝아지고 정확히 7시 30분쯤 되니 저 멀리 산봉오리 사이에서 뽕~ 하듯이 붉은 2015년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르고 여기저기서 환호를 하며 마침 구름도 없었고 멋진 생애 첫 일출을 바라보게 되니 감격해서 눈물이 날뻔할 정도로 신기했다.

 자 이제문제는 하산길.. 그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통로로 내려가려니 아예 내려갈 생각을 안한다. 때마침 장트러블 신호가 울리고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를 하며 케이블카쪽 화장실을 향해 냅다 달려 볼일 보고나니 살것같다. 그런데 그쪽엔 또 케이블카 타고 하산하겠다고 한 100미터는 줄을 섰던것 같다. 이놈들 케이블카 이용료가 어찌나 비싸고 재미가 없는지.. 오늘이 대목인듯 싶었다. 다시 유유히 전망대쪽으로 갔더니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졌나 싶을만큼 전망대는 한산했다. 그새 모두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에 녹지않은 빙판길을 엉금엉금 내려와서 자전거타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그냥 하루 세워두고 버스타고 갈까라는 고민을 0.1초 하다가 패딩 꺼내입고 중무장해서 타보니 또 탈만하네;; 그렇게 5시 30분에 출발해서 집에 돌아오니 9시쯤 되었다. 평소같으면 나른한게 한숨자면 딱인데 태어나서 처음본 일출의 효과덕인지 아직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기만 하다. 흔히 해돋이 보러간다하면 동해바다로 가는데 멀리까지 기름, 시간낭비할 필요없이 가족과 함께 비파산전망대(앞산)에 들리는걸 강추해본다!



▷ 새해 첫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 아침 7시 11분, 서서히 아침이 밝아온다.


▷ 저멀리서 귀여운(?) 태양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신기하기도 하다.


▷ 기다리는건 한참이었는데 뜨는건 금방이다. 오늘 태양과 내일 태양이 다르지는 않지만 새벽에 언제 이런 개고생하며 일출을 볼것인가.. 그냥 그것에 의미를 두며 2015년에는 붉은 태양처럼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해본다.


▷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여 계단아래 사람들도 몇컷 찍어보았다. 해가 뜨기전에는 이방향이 맞는지 물어보는 이야기들도 많았고 행여나 구름에 가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나도 선명한 태양을 보니 그런 걱정은 순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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